그날도 날이 점점 밝아 올때쯤 누군가 멀리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곤 반쯤 풀린 눈으로 운전을 해 샌디비치로 내달렸다.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친구는 뒷자석에 앉아 괴성을 지른다. "eeeeeeeha"
해변에 차를 대고 먼바다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때 갑자기 육중한 무언가가 바다위로 솟아 오르는게 아닌가?
"고래다"나도 모르게 깜짝놀라 말했다.
"너무 취해서 헛게 보이는거 아냐?" 아는 동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한다.
그때 녀석이 다시 한번 물밖으로 몸을 드러냈다. 큰몸을 비틀어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들어간다. "저것봐. 저 꼬리 보여. 진짜잖아"
모두 '와~'하는 소릴내며 차밖으로 뛰쳐나갔다.
범고래였다.
그런 해변에 앉아 고래를 볼수 있었다니... 모두들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한다.
고통을 이겨낸후 삶을 거듭나기 위해 사막을 여행했다는 이의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요즘들어 부쩍 나태해진 난 뭔가 새롭게 거듭날 계기를 찾고 있었다. 마라톤을 완주해 볼까? 오지 여행을 해볼까? 또 한편으론 내가 이것들을 이겨낸후 정말 달라진 삶을 살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사진을 정리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 고래를 만났다는거 이것만큼 인생에 큰 이슈가 또 있을까. 조금씩 거듭나기 위한 촉매제 같은 이벤트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고래의 생김새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벅찼던 아침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