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으로 거처를 옮기고 처음 느낀 도쿄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도착 후 한달가까이 계속되는 장마비와 높은 습도와 기온, 게다가 아는 사람 하나없는 외롭고 우중충한 날의 연속 이었다.
가끔 시간이 나는 날이면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친구가 없었던 나는 일본에 오기 전 다니던 학교의 주소록 뒤졌다.
도쿄 근교에 사는 친구들을 찾다가 어렴푸시 기억나는 이름들이 있어 메일을 보내봤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느 것일까 답장이 없었다.
그러다 3일쯤 지났을 때 마이꼬라는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마침 직장도 우리집과 가까워서 저녁을 먹자는...
솔직히 난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그친구에 대해 기억나지 않았다.
시오도메 니테레타워 저녁 7시
다행히도 난 멀리 서있는 그친구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멋진 야경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나와 마주보고 앉아 있던 그녀는 자신의 칵테일잔을 들고 갑자기 내 옆자리로 오는게 아닌가
그리고 언제 준비했는지 엽서한장을 건넨다.
'4년전 내가 하와이를 떠나기 전날 너가 버스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지'
"걱정마 친구야! 언젠가 우리 또 이렇게 나란히 앉아 얘기 할 날이 올꺼야"
'난 가끔씩 너와 이렇게 다시 만나는 상상을 했었는데, 그게 정말 현실로 이루어 진게 너무 기쁘다'
그제서야 조금 생각이 났다.
항상 학교에서 말이 없고 조용했던 그친구는 집에 가기 위해 우리집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언제나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혼자서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장난삼아 집에있는 신라면을 몇개를 선물이라고 주기도 하고,
멀리서 그친구가 보이면 골목이 떠나가라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사실 난 내 행동에 별루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그 친구에겐 아름다운 하와이에서 유학생할과 내가 함께 기억되있었다.
누군가가 날 기억해 준다는것이 단순히 기쁘고 고맙다기 보다 내인생의 가치가 더해지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엽서 한장이 도쿄에 적응하는데 또 스스로 우울한 기분에서 빠져 나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후로도 그 친구에게 이것저것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음해 내가 도쿄를 떠나며 우린 다시 기억 속으로 멀어졌지만,
저 야경 사진을 보면서 난...
언젠가 아줌마...할머니가 된 그친구와 나란히 않아 그때처럼 얘기하는 상상을 해본다.